HDMI 케이블, 아무거나 사면 안 되는 이유

TV를 4K로 바꿨는데 화면이 이상하다면

새 TV나 모니터를 사고 나서 "화질이 왜 이러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십중팔구 HDMI 케이블 버전이 안 맞는 겁니다. HDMI 1.4, 2.0, 2.1은 이름만 비슷하지 지원하는 해상도와 주사율이 크게 다릅니다.

HDMI의 핵심은 대역폭

HDMI 케이블은 영상과 소리를 디지털로 전송하는 선입니다. 2002년에 처음 나온 이후로 버전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버전마다 대역폭(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다릅니다.

대역폭이 클수록 더 높은 해상도, 더 높은 주사율, 더 정확한 색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도로가 넓을수록 차가 많이 다닐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HDMI 1.4 - 아직 쓸 만한가?

2009년에 나온 1.4는 최대 10.2Gbps입니다.

  • 1080p(FHD): 최대 120Hz
  • 1440p(QHD): 최대 75Hz
  • 4K(UHD): 최대 30Hz
  • 8K: 지원 안 함

4K 30Hz라는 게 문제입니다. 영화는 24fps니까 되긴 하는데, 마우스 커서 움직일 때부터 뚝뚝 끊기는 게 보입니다. 솔직히 2025년에 1.4를 일부러 살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1080p TV에서 넷플릭스만 본다면 아직 괜찮습니다.

HDMI 2.0 - 현재 가장 흔한 표준

대역폭이 18Gbps로 올라갔습니다.

  • 1080p: 최대 240Hz
  • 1440p: 최대 144Hz
  • 4K: 최대 60Hz
  • HDR10 지원

4K 60Hz면 영화, 일반 게임 전부 커버됩니다. 지금 시중에 팔리는 4K TV 대부분이 2.0 포트를 갖고 있고, 2.0b 버전은 HDR까지 지원합니다. HDMI.org 공식 2.0 스펙에서 자세한 사양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는데, 4K 60Hz에서 4:4:4 크로마를 쓰려면 2.0 이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HDMI 2.1 - 게이머에게는 필수

대역폭이 48Gbps로 대폭 뛰었습니다. HDMI Forum 공식 2.1 규격에서 전체 사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4K: 최대 120Hz
  • 8K: 최대 60Hz
  • VRR(가변 주사율) - 화면 찢어짐 방지
  • ALLM(자동 저지연 모드) - 게임 모드 자동 전환
  • eARC - 고품질 오디오 패스스루

PS5, Xbox Series X를 4K 120fps로 돌리려면 2.1이 필요합니다. PC에서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RTINGS의 입력 지연 테스트를 보면, 같은 TV라도 2.1 포트와 2.0 포트의 입력 지연 차이가 꽤 납니다.

이 부분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는데, 2.1의 게이밍 기능(VRR, ALLM)은 TV와 소스 기기 모두 지원해야 작동합니다. 케이블만 2.1로 바꾼다고 VRR이 켜지는 게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 어떤 케이블을 사야 하나

  • 일반 TV 시청, 1080p - HDMI 1.4 이상이면 충분
  • 4K TV + 넷플릭스 - HDMI 2.0 (Premium High Speed)
  • 4K TV + PS5/Xbox - HDMI 2.1 (Ultra High Speed)
  • PC 게이밍 4K 120Hz - HDMI 2.1 필수
  • 8K TV - HDMI 2.1 필수

케이블 살 때 실수하지 않으려면

"Ultra High Speed HDMI" 인증 마크를 확인하세요. 이게 2.1 규격 케이블이라는 뜻입니다. 인증 없는 저가 케이블은 48Gbps를 제대로 전송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길이는 3m 이하를 추천합니다. 길어질수록 신호가 약해지고, 5m 이상이면 액티브 케이블이나 광케이블을 써야 합니다. 그렇다고 금도금 커넥터에 몇 만원짜리 케이블을 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인증만 통과했으면 만원짜리나 오만원짜리나 디지털 신호 전송 품질은 같습니다.

지금 4K TV를 쓰고 있는데 박스에 들어있던 케이블을 아무 생각 없이 꽂고 있다면, 그 케이블 버전부터 확인해보세요. 케이블 표면에 "High Speed" 또는 "Ultra High Speed" 같은 표기가 있습니다. 의외로 케이블 하나 바꿨더니 화질이 달라졌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케이블 길이와 인증 표시도 확인해야 한다

HDMI 2.1이라고 적혀 있어도 케이블 길이가 길어지면 신호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4K 120Hz, HDR, VRR을 동시에 쓰는 환경에서는 대역폭 여유가 줄어듭니다. TV와 콘솔을 짧게 연결하는 1~2m 케이블은 큰 문제가 적지만, 책상 뒤나 벽 매립처럼 3m 이상으로 길어지면 인증 여부가 중요해집니다.

구매할 때는 제품명보다 패키지의 인증 문구를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Ultra High Speed HDMI Cable 인증이 있으면 48Gbps 대역폭을 기준으로 검증된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저렴한 케이블을 고르더라도 4K 120Hz가 목적이라면 이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무선 마우스, 동글이랑 블루투스 중에 뭘 꽂아야 하나

블루투스 코덱이 음질을 바꾼다고? AAC부터 LDAC까지 실제 차이

RTX 4060 Ti 사도 될까? 3060과 비교하면 의외의 결과